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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2:15-22 (2017.03.15. 아침묵상)

category 묵상/마태복음 2017. 3. 15. 14:50

<말씀>

마태복음 22장

15    이에 바리새인들이 가서 어떻게 하면 예수를 말의 올무에 걸리게 할까 상의하고 

16    자기 제자들을 헤롯 당원들과 함께 예수께 보내어 말하되 선생님이여 우리가 아노니 당신은 참되시고 진리로 하나님의 도를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는 일이 없으시니 이는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심이니이다 

17    그러면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르소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 하니 

18    예수께서 그들의 악함을 아시고 이르시되 외식하는 자들아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19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 하시니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왔거늘 

20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이 형상과 이 글이 누구의 것이냐 

21    이르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이에 이르시되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22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놀랍게 여겨 예수를 떠나가니라 


<나눔>

1. 오늘 말씀은 예수님과 바리새인, 헤롯 당원들과의 논쟁입니다. 이 논쟁은 로마의 식민지였던 이스라엘의 첨예한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많은 이들은 새로운 메시아가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당시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악의 원인이 로마였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폭력적인 권력으로 이스라엘을 지배했고,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성전을 모욕했으며, 가난과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2.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라면 당연히 하나님께서 언약하신 새로운 왕국을 세울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것은 이사야를 포함한 예언자들의 예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켜 인도한 것처럼,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을 정복한 것처럼, 다윗과 솔로몬이 위대한 이스라엘 왕국을 부흥시킨 것처럼 새로운 메시아는 새로운 이스라엘 왕국을 세울 것이라 믿었습니다.


3. 그러한 점에서 오늘 바리새인들이 이스라엘 대중들 앞에서 예수님께 한 질문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가이사(카이사르 =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이는 로마 제국에게 충성해야 하는지, 충성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물어본 것입니다. 누구나 악한 제국이라고 생각했던 로마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물어본 것입니다.


4. 이 질문은 정치적으로 매우 교묘한 함정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자신들만 온 것이 아니라 헤롯 당원들과 함께 왔습니다. 헤롯은 유대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로마가 세운 꼭두각시 왕이었습니다. 헤롯당은 로마에 충성하는 사람들이었고, 로마의 감시자들이었습니다. 이들 앞에서 로마에 대한 충성을 거부한다면 예수님은 즉각 로마의 반역자로 체포될 수 있었습니다. 또 반대로 예수님께서 로마에 충성해야 한다고 한다면 예수님은 즉각 유대인들에게 극심한 비난을 받고, 메시아로서의 권위가 실추되는 한편, 나아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5. 말씀은 예수님께서는 이 질문을 들으시고 그들의 악함을 아셨다 진술합니다. 좋은 질문은 진리를 밝히고, 사람을 세우고, 공동체를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어떤 질문들은 사람을 함정에 빠트리고, 관계를 파괴하며, 진리를 왜곡하기도 합니다. 질문은 곧 프레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게 한 질문은 당시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예수님을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질문을 이용해 예수님을 무너뜨리려 하였습니다. (16절을 보면 바리새인들이 이러한 질문을 시작하면서 예수님을 칭찬하는 모습은 이들의 영악함과 교활함을 잘 드러냅니다.)


6. 이러한 질문 앞에서 예수님은 매우 교묘한 답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세금에 통용되던 동전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동전엔 당대 카이사르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얼굴이 누구의 것이냐 물으셨고, 사람들은 그 얼굴이 카이사르의 것이라 대답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 바치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명하였습니다.


7. 이 대답은 사실 대답의 형태를 띤 새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바리새인들과 헤롯당들에게 질문하신 것입니다. 너희는 무엇이 카이사르의 것이라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무엇이 하나님의 것이라 생각하느냐? 카이사르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은 카이사르의 것이냐 하나님의 것이냐? 세상에 카이사르의 것과 하나님의 것이 구분되느냐? 카이사르와 하나님이 동등한 입장이라 생각하느냐? 참으로 너희의 주인은 누구냐? 


8. 카이사르마저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고, 카이사르의 것마저도 모두 하나님의 것이며, 카이사르를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를 넘어서 하나님을 따르냐 따르지 않느냐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 예수님께서는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르에 대한 충성 프레임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프레임으로 들어가길 선포하신 것입니다. 오직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합니다. 곧 어떤 일이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에 합당한 지가 우리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입니다.


9. 오늘 말씀을 많은 이들이 정교분리의 말씀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정교분리의 말씀이 아닙니다. 정치와 하나님은 동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모든 것을 하나님의 통치 원리,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정의의 원리 아래서 바라보길 촉구합니다. 정치 역시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중세 시대처럼 교회의 권력으로 세속 정치권력을 지배하고 통제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복음의 윤리 아래서 매 순간 정치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비판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정치 역시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사랑과 정의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탄핵 이후 새로운 정치적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애쓰기를 소망합니다. 


10. https://www.youtube.com/watch?v=QQlOdBW7E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