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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2:15-20 (2015.12.24. 아침묵상)

category 묵상/누가복음 2015. 12. 24. 07:00

<말씀>

누가복음 2장

15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 

16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17    보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하니 

18    듣는 자가 다 목자들이 그들에게 말한 것들을 놀랍게 여기되 

19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 

20    목자들은 자기들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


<나눔>

일상을 지내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저에게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직책이 전도사인데, ‘전도’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의지’와 ‘용기’의 문제입니다. 복음을 아는 자로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예수님의 명령을 따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가 부족한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 모든 것을 단순히 의지와 용기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도의 부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우리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오늘날 세상은 한 가지 신념을 절대화하는 것을 매우 부정하는 시대입니다. 전도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네가 믿는 그 믿음이 절대적 가치라는 근거가 존재하는가? 과연 네 믿음이 수많은 가치 중에 절대적 가치라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묻고 있는 것입니다. 네 믿음이 네 주관적인 자기 확신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것을 어떻게 강요할 수 있는가? 묻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사실 우리 내념에 이미 들어와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애써보지만, 점점 대답할 수 있는 지혜와 믿음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지요. 처음에는 몇 번 복음을 전해보려 시도해 보지만 세상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담하고 치밀하며, 거꾸로 우리는 참 연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의지와 용기는 무모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결국 많은 경우 학교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신앙을 전하기보다는 우리 신앙을 지키는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책 제목처럼 방어막을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사는 ‘갑각류’ 신앙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목자와 마리아의 모습은 복음을 만나는 두 가지 자세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하나님 경험입니다. 목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경험했습니다.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달려간 힘은 바로 하나님 경험이었습니다. 귀납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사유는 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합니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절대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 경험은 모두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신앙 경험은 이러한 객관적 경험을 초월한 절대적 경험입니다. 인간의 언어와 생각에 다 포착될 수 없는 하나님 경험이지요. 목자들이 경험한 것은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증명해낸 것이 아니라 증언하였습니다. 복음, 곧 신앙은 이렇게 증언됨으로 그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증언이 삶으로 드러나며 확증되었습니다. 우리가 전도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목자들처럼 증언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끊임없이 하나님과 만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마음에 새기는 묵상입니다. 마리아는 목자들의 말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다가온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영글어질 때까지 고민하고 묵상하고 공부하고 기도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경험한 인간의 성실한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성을 주시고,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더불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상황 속에서 복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어 우리의 삶 가운데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일하십니다. 그 길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전도는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고, 성찰하고, 체화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질문에 하나님이 어떻게 응답하시는 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전도는 참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전도를 교리를 암기하고, 그 교리를 용기와 의지만을 가지고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전도는 그 자체로 하나님을 드러내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전도는 그러한 점에서 감격과 놀라움이 있는 사건입니다. 이 길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고 명령한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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