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오병이어 (2020.01.03. 주일예배 설교, 마태복음 14:13~21)

 

마태복음 14

13 예수께서 들으시고 배를 타고 떠나사 따로 빈 들에 가시니 무리가 듣고 여러 고을로부터 걸어서 따라간지라

14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 중에 있는 병자를 고쳐 주시니라

15 저녁이 되매 제자들이 나아와 이르되 이 곳은 빈 들이요 때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 먹게 하소서

16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17 제자들이 이르되 여기 우리에게 있는 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니이다

18 이르시되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하시고

19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20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21 먹은 사람은 여자와 어린이 외에 오천 명이나 되었더라

 

마침내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올 한해도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풍성하게 채우시길 축복합니다. 성령님께서 우리 모두와 함께 하셔서 이 말씀을 들을 때에 그저 성경 지식이 늘어나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심령이 살아나고, 삶이 치유되고, 주님의 역사가 일어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아가 우리가 말씀 가운데에서 변화되어서 날마다 날마다 더욱 예수님 닮아가고, 삶의 자리 속에서 주님 뜻을 이루어내길 바랍니다. 오늘 시작되는 첫 주일부터 마지막 주일까지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의 기적 중 가장 유명한 기적 중 하나인 오병이어 기적 말씀입니다. 이 기적은 예수님의 수많은 기적들을 목격했던 당대 제자들도 참으로 놀랍게 여겼던 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이 네 개의 복음서에 모두 나오는 기적이 많지 않은데, 이 오병이어 기적은 이 네 개 복음서 모두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의 입장에서 이 기적은 참으로 놀랍고, 또 그만큼 중요한 기적,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기적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이 죽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배를 타고 떠나사 한적한 빈 들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그때 여러 마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치유하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무리들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고쳐주시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고치시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예수님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무리를 헤쳐 돌려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각기 먹을 것을 사먹을 수 있도록 이들을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자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때 놀라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들을 돌려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그것은 참으로 황당한 말씀이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이들을 먹이기에 자신들이 가진 것이 얼마나 이들에게 적은 것인지를 알려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예수님께서 놀라운 일을 하셨습니다. “그것들을 내게로 가져 오너라.” 그리고 예수께서는 무리를 풀밭에 앉게 하시고 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시고 축복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것을 무리에게 나누어 줄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이를 무리에게 나누어주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모든 무리들이 배불리 먹었고, 남은 부스러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먹은 사람은 무려 남자만 헤아려도 오천명 정도였습니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 놀라운 사건을 통해 제자들에게, 무리들에게,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먼저 오늘 이 사건이 어떠한 배경에서 일어났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지난 주와 지난 주 말씀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먼저 지지난주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자기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났던 사실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배척당하고 모욕당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예수님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거절하고, 심지어 십자가에 못박기까지 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고향에서 거절당한 사건은 예수님이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주 말씀을 통해 세례 요한의 죽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예수님을 예비하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살았던 세례 요한이 저열한 사람들에게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욕망과 탐욕을 추구하던 악한 권세가 마치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온 인생을 하나님의 뜻대로 살았고, 불의와 죄악 앞에서도 용기를 내어 옳은 선포를 했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참혹한 죽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서 과연 살아계시는 한 것인가, 지금 하나님은 무슨일을 하고 계시는 가 질문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 우리 예수님의 오병이어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앞선 두 사건을 기억한다면, 오병이어 사건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오병이어 사건은 앞선 두 사건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에 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늘 나타났던 오병이어 사건과 아주 흡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집트에서 고통받고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해주셨습니다. 모세를 지도자로 세우셔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주신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를 지나서 그들의 고향이었던 가나안 땅, 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이르기 전 광야에서 지낼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말씀기록에 따르면 그때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남자만 60만명에 이르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광야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먹을 것을 내려주셨습니다. 그것이 만나였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다하니 메추라기도 함께 보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만나와 메추라기는 하나님의 구원의 상징, 임재의 상징, 먹이심과 돌보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병이어의 사건이 놀랍게도 만나와 메추라기의 사건과 매우 흡사한 모습임을 우리는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사건도 빈 광야, 곧 들판의 한복판에서 일어났습니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일어난 사건인 것입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 구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주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놀라운 주님의 기적으로 먹을 것이 주어졌습니다. 구약의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이 사건이 새롭게 나타난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만나와 메추라기 사건에는 하나님께서 이집트의 파라오의 악한 권세를 물리치고,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여 하나님 백성 삼으셨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의 생명이 하나님께 달려있다는 선포가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오늘 오병이어의 사건에도 하나님의 구원의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악한 권세가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외면하고, 선한 선지자 세례 요한을 죽임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주님께서는 오병이어를 통해 이 악한 권세는 무너질 것이며, 하나님의 구원이 임하게 될 것이며, 모든 백성이 예수님을 통해 그 생명을 얻게 될 것임을 선포하는 사건이 바로 오병이어의 사건이었습니다. 오병이어는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과, 하나님 나라가 이땅 가운데 임하였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악한 권세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 예수님께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떠올리게 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이심으로 진짜 승리는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됨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승부를 뒤집는 한 수를 예수님께서 찍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 631~35절 말씀은 이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줍니다.

 

31 기록된 바 하늘에서 그들에게 떡을 주어 먹게 하였다 함과 같이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나이다

32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모세가 너희에게 하늘로부터 떡을 준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하늘로부터 참 떡을 주시나니

33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것이니라

34 그들이 이르되 주여 이 떡을 항상 우리에게 주소서

35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우리 예수님은 우리에게 선포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떡이다. 죽음의 권세, 사망의 권세가 우리를 집어 삼키려 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권세가 주는 두려움에 압도당하곤 합니다. 세상의 방식, 세상의 가치, 세상의 능력이 너무 커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향에 쫓겨나가는 예수님을 볼 때 실망하고, 세례요한의 죽음을 볼 때 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우리를 무너뜨리는 수많은 일들을 볼 때 낙심하고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선포하십니다. 생명이 거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소망이 그 곳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세상에 있지 않다. 생명과 소망, 그리고 삶의 능력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나온다. 하나님이신 우리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할 때, 우리는 어둠 가운데에서 빛을 바라보게 되고, 절망 가운데 소망을 품으며, 죽음 가운데에서 생명을 피워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우리 주님이 승리하실 것이다. 영원한 생명과 놀라운 영광이 주님 안에 있다 선포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이 말씀 속에서 오직 우리 주님만을 붙잡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셨을 때에, 사탄이 예수님을 시험하였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을 떡덩이가 되도록 기적을 베풀어 보아라. 40일을 굶주린 예수님의 심정을 이용한 시험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말씀에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먼저 자기의 욕심, 자기의 배부름을 추구하는 삶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우리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우리 하나님께서 다 아신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 우리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우선순위가 먹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여야 함을 분명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우리의 마음을 둘 때, 우리 주님은 우리의 삶을 먹이실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의 삶은 이제 생명의 떡이 되시는 주님의 풍성함을 드러낸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말씀 16절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16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사람을 먹이실 능력, 풍성한 생명의 능력이 우리 예수님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와 같이 선포하셨습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오늘 말씀은 오병이어의 능력이 앞으로 누구를 통해 드러날 것인지를 선포하는 말씀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을 먹으며 살아갈 때, 우리가 먼저 주님의 나라를 구하고, 주님의 구원을 선포하며 살아갈 때, 이 놀라운 주님의 능력은 우리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다섯 개의 빵과 물고기 두 마리를 통해 주님은 오천명을 먹이고도 남을 음식을 만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그것들을 나누어주게 하시고, 우리를 통해 생명을 드러내는 일들을 하실 것입니다. 우리를 통해 모든 악한 권세들을 무너뜨릴 것이요, 우리를 통해 이땅에 소망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 백성들을 세우실 것이요,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그러한 사람으로 세우셨습니다. 주님은 한알의 밀알이 썩지 않는다면 그대로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 먹을 것만을 찾으며 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돌을 떡으로 바꾸려는 삶에서 머무르고 말것입니다. 하루 한끼 먹는데에 급급한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한알의 씨알이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먼저 주님의 나라를 구하고, 우리가 주님의 구원을 선포하는 삶을 산다면,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산다면, 우리의 삶은 풍성한 삶, 수천명, 수만명을 먹이는 오병이어의 삶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부르신 것은 온 인류를 구원하는 통로가 될 제사장 나라로 세우시고자 함 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것은 땅끝까지 주님의 나라를 선포하게 하시고자 함 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부르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안에서 놀라운 주님의 뜻을 우리의 삶을 통해 풍성히 드러내고자 함이십니다. 그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말씀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오병이어 말씀을 통해 올 한해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지를 선포하여 주십니다.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 내려오신 만나와 메추라기요, 생명의 떡이십니다.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세례 요한을 죽인 헤롯처럼 악한 권세는 우리를 집어 삼어 삼키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우리의 생명이 그것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생명 되시는 예수님께 달려 있습니다. 우리 예수님께서는 모든 악한 권세를 무너뜨리시고 우리를 승리케 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생명 되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삶 안에 참된 풍요와 참된 열매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 때, 우리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열매를 구할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명령하신 주님의 뜻에 순종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주님의 풍성함을 모든 곳에 전하실 것입니다. 그 놀라운 일들을 이루어가는 우리 모든 성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