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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람들은 사사시대를 거치며 하나님이 택하신 사사들에 의해 다스림을 받았습니다. 이는 일종의 지파들의 느슨한 연합을 가진 신정체제였습니다. 이러한 신정체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취약한 체제로 보였습니다. 이제 가나안땅에 충분히 정착하였고, 그들의 문화에도 적응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금 더 강성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고, 부국강병을 이루어 아래로는 이집트, 북으로는 메소포타미아까지 이르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대 사회에 나라의 발전은 강한 왕을 세움으로 이루어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를 알고 왕을 뽑아줄 것을 사무엘에게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경고하였습니다. 왕을 세우는 순간 평등한 공동체는 사라지고, 강력한 계급체계가 형성됩니다. 왕을 세우는 순간 왕을 중심으로 나라의 큰 전쟁, 공사 등으로 많은 백성들이 착취를 당하게 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욱 멀어지고, 욕망과 탐욕, 우상숭배는 더욱 심해집니다. 사무엘은 왕정체제의 번영과 더불어 이러한 부작용이 얼마나 심할 지에 대해서 백성들에게 경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이러한 것들 보다는 부국강병과 번영이 더욱 중요하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관계보다 눈에 보이는 성취가 더욱 중요하였습니다. 그들은 사무엘을 통해 하나님께 요청을 멈추지 않았고, 하나님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왕을 뽑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이가 곧 사울이었습니다. 사울은 베냐민 지파의 기스의 아들로 매우 키가 크고 준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울은 누가 보아도 훌륭한 왕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그를 반대하였지만, 그의 이러한 모습은 왕을 원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겼던 마음에 딱 맞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켜줄 키가 큰 사람을 원했고, 자신들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번영시켜줄 아름다운 사람을 원했습니다. 사울이 암몬 사람들을 물리쳤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울에게 크게 환호하였고 그를 왕으로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신 것은 사울의 겸손함이었습니다.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비록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원하여 왕을 주셨으나, 이 왕이 겸손하여 자신의 말씀을 듣는다면 하나님의 뜻이 여전히 이스라엘 백성을 가운 데 있을 수 있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겸손한 사울을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길 원했고, 우상숭배, 탐욕과 제국의 문화가 넓게 퍼져있는 가나안 문화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길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저버렸습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였습니다. 그의 겸손은 하나님 말씀 앞에서의 겸손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겸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하였을 때, 그 안에는 사람을 파괴하고 죽이는 탐욕과 죄의 문화에 대한 거절과 심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거절하고, 자신의 욕심을 추구하여 좋은 것들을 남겼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제사를 맡기셨던 것은 아무리 왕이라 할 지라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철저히 순종하고 따를 것을 의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사람들의 눈과 자신의 욕심을 위해 제사를 스스로 드리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통제하려는 욕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사울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떠났습니다. 하나님 아닌 자신과 주변에만 집중한 결과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순종이 제사보다 나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제사를 드리며 때때로 우리의 욕심과 뜻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고, 소유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마저 우리 손아귀에 쥐려하는 것입니다. 사울의 이야기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이러한 우리의 욕심과 뜻을 내려놓을 것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예수님처럼 우리의 생각과 소견을 내려놓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의 따르는 길, 생명의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