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거꾸로 보는 법 (2020.03.20. 금요기도회 설교)

에베소서 3장
1   이러므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 갇힌 자 된 나 바울이 말하거니와
2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3   곧 계시로 내게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은 내가 먼저 간단히 기록함과 같으니
4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
5   이제 그의 거룩한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성령으로 나타내신 것 같이 다른 세대에서는 사람의 아들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셨으니
6   이는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됨이라
7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8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9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10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
11   곧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12   우리가 그 안에서 그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감을 얻느니라
13   그러므로 너희에게 구하노니 너희를 위한 나의 여러 환난에 대하여 낙심하지 말라 이는 너희의 영광이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일들을 하다보면 아픔과 고난을 겪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드렸는데, 오히려 힘든 상황이 닥쳐오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지 않아지기도 하고, 더 이상 순종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신가, 내가 가는 길이 옳았던 길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에 우리는 낙심하고 실망하고 시험에 빠집니다.

우리 성도님들께서는 이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으셨는지요? 신앙생활을 하다가 상황과 형편 때문에 낙심하고 믿음이 흔들렸던 적은 없으셨는지요? 그때에 어떤 마음과 방식으로 그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았는지요? 

에베소 교회 성도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바울 사도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데에 성도들의 상황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다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바울 사도 마저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에베소 교회 성도들은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더 이상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진 것 같은 절망감과 함께 하나님이 자신들을 돕고 있지 않으신다는 실망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울 사도는 에베소 교회 성도들을 굳게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감옥에 갇혔는지를 설명해줌으로써, 성도들이 도리어 이 상황을 감사하고 자신들의 믿음을 붙들도록 인도하였습니다. 고난과 역경의 상황이 인간적인 눈으로 보기에는 실패와 절망의 상황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기에는 영광의 상황임을 깨닫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믿음이란 다름 아니라 이렇게 거꾸로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바울 사도는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가르치고자 하였습니다.

다같이 1절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1   이러므로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너희 이방인을 위하여 갇힌 자 된 나 바울이 말하거니와

바울은 고백합니다. 

“제가 감옥에 갇힌 것은 어떤 잘못 때문이나,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로마제국의 권력에 의해 갇힌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그리스도 예수의 일 때문에 갇혔습니다.”

바울은 인간적인 생각이나, 정치적인 생각, 상황과 여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그리스도 예수의 주관 아래에서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앙이란 ‘예수님’이라는 안경을 쓰는 것입니다. 바울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 안좋은 일, 잘된 일, 잘못된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모든 일을 예수님 안에서 일어난 일로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일에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모든 일은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요, 좋아도 좋은 일, 안좋아도 좋을일, 잘된일도 잘된일, 잘못된 일도 잘될일로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신뢰하기에 모든 상황을 담대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 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 하리라 무슨 일을 만사형통 하리라) 

“여러분이 보기에는 제가 잘못되어서 감옥에 갇힌 걸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리스도 예수의 일로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제가 감옥에 갇힌 것은 오히려 이방인이었던 여러분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감옥에 갇힌 것에 주목하지 말고, 제가 감옥에 갇힘으로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을 주목하십시오. 영적인 눈을 떠서 오늘 여러분에게 다가온 현실을 살펴보십시오.” 

바울은 이렇게 에베소 교회에 권면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바울이 감옥에 갇히면서까지 전한 복음이란 무엇이었을까요? 말씀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새번역: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일하도록 나에게 이 직분을 은혜로 주셨다는 것을, 여러분은 이미 들었을 줄 압니다.)

은혜의 경륜(오이코노미아)이란 은혜를 주시기 위해 일하시는 섭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방인에게 은혜를 전하시기 위해 계획을 세우셨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바울을 통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신 것입니다. 에베소 교회 성도들도 이미 그 놀라운 섭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3   곧 계시로 내게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은 내가 먼저 간단히 기록함과 같으니
4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

하나님께서는 계시를 통해 바울에게 놀라운 비밀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바울이 앞선 1장 2장에서 말씀드린 내용입니다. 에베소 교회 성도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 죄사함을 받았다는 것,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였다는 것, 하나님의 놀라운 영광 안에 거하게 되었다는 것 등입니다. 바울은 성도들에게 1,2장 내용을 읽으시면 자신이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전하였습니다.

5   이제 그의 거룩한 사도들과 선지자들에게 성령으로 나타내신 것 같이 다른 세대에서는 사람의 아들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셨으니
6   이는 이방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됨이라

바울이 전한 복음은 이전 세대에는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직접 목격하고,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한 사도들과 선지자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바울도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목격하였고, 성령의 임재하심 안에서 이러한 놀라운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음은 놀라운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유대인들에게만 허락된 하나님의 구원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이방인들에게 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방인들도 유대인과 더불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이 되고, 함께 아브라함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이방인도, 유대인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연합하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껏 죄와 사망의 권세 가운데 있었던 이들이 예수님과 함께 참된 자유와 생명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7   이 복음을 위하여 그의 능력이 역사하시는 대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따라 내가 일꾼이 되었노라

바울은 이 놀라운 복음을 에베소 교회의 이방인들에게 전한 것입니다. 바울 역시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로 말미암아 이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된 것입니다. 

바울이 감옥에 갇힌 것은 인간적으로 볼 때에는 그저 실패한 사건, 절망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바울은 믿음 안에서 그 일이 모든 이방인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사건, 진짜 감옥인 죄의 감옥, 죽음의 감옥에서 풀려나게 하기 위한 일임을 알았기에 오히려 감사하고 기뻐하고 영광스러워했습니다.   

8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시고
9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
10   이는 이제 교회로 말미암아 하늘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려 하심이니
11   곧 영원부터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예정하신 뜻대로 하신 것이라
12   우리가 그 안에서 그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감을 얻느니라

바울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전합니다. 저는 지극히 작은 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핍박하기까지 한 죄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저에게 복음의 비밀을 깨닫게 하시고, 복음을 이방인에게 전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온전한 은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통해 헤아릴 수 없이 큰 그리스도의 풍성함과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을 이방인들에게 전하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온 우주가 이 놀라운 구원의 지혜를 깨닫기를 원하셨습니다. 이것은 영원 전부터 하나님께서 예수님 안에서 예비하신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예수님 안에서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주님의 사역에 쓰임을 받게 되니 그것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제가 감옥에 갇힌일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고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얻게 된 놀라운 복음의 영광에 비추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하고 기뻐할 일입니다."

바울을 놀랍게도 감옥에 갇힌 것 조차 감사하고 기뻐하였습니다. 마지막절에 그의 이러한 신앙고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13   그러므로 너희에게 구하노니 너희를 위한 나의 여러 환난에 대하여 낙심하지 말라 이는 너희의 영광이니라

“여러분 저의 환란에 대하여 낙심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이것은 여러분의 영광입니다.”

바울은 상황을 뒤집어 보는 법을 성도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몸이 갇힌 것을 보았지만, 바울은 이방인이 해방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작고 초라한 교회의 현실을 보았지만, 바울은 교회에 임한 무한한 하나님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풍성한 은혜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기준과 자기의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았지만, 바울은 복음의 기준과 예수님의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았습니다. 바울은 오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오늘 우리에게 선포된 복음 위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삶을 바라보라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믿음은 뒤집어 보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 너머의 실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울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하여 우리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 봅시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놀라운 은혜는 무엇인가요? 주님이 오늘 우리 한사람 한사람에게 진실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우리의 상황을 넘어서서 우리가 진짜로 바라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뒤집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우리에게 닥쳐온 위기와 어려움도 주님의 축복이 될 수 있고, 도무지 소망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주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를 하나님 나라에 보내드리고 돌아오면서, 믿음이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큰 절망과 깊은 슬픔이 온 몸을 감싸 안았고 비통함 속으로 한없이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우리에게 주신 부활 소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감사한 일인가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보았고, 깊은 슬픔 속에서 평안을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감사하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힘든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캐나다에도 코로나가 크게 확산하고 있고, 교회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나 함께 모이는 문제 하나하나가 쉽지 않습니다. 저로서도 성도 한분한분의 신앙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교회의 공동체성이 약해지지 않을지 염려가 먼저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 속에서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계심을 믿고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소망을 굳게 붙드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주님께서는 이 시간들을 통해 우리교회를 굳게 세우시고, 우리 성도 한분 한분의 믿음을 깊게 하시리라 소망합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넓고 풍성한지를 우리가 깨닫게 하여주시옵소서. 오늘 우리 눈앞의 현실에 낙심하지 않게 하여주시옵소서. 오히려 주님을 신뢰하고 의지함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상황 속에서 굳건히 세워지게 하시고, 담대하게 승리하게 주시옵소서.